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을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 : Token Transfer ≠ Payment
온체인 거래량이 크다고 실제 결제가 그만큼 많이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Token Transfer와 Payment의 차이를 통해 디지털머니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토큰이 많이 움직였다고,
결제가 많이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숫자가 있습니다.
온체인 거래량(On-chain transaction volume)입니다.
블록체인에서 수조 원, 수십조 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이 이동했다는 수치를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많은 결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블록체인에서 토큰이 이동한 것(Token Transfer)과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결제(Payment)는 같은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사용 규모를 과대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을 사면 결제는 몇 번일까요?
카페에서 5,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샀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일상에게 일어난 경제적 거래는 단순합니다.
고객이 커피를 받고 가맹점에 5,000원을 지급했습니다.
결제는 한 건입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에서는
하나의 경제적 거래를 처리하기 위해 여러 번의 토큰 이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다른 디지털자산을 매수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 사용자의 지갑에서 토큰이 이동합니다.
- 스마트컨트랙트가 이를 받습니다.
- 유동성 풀을 거쳐 다른 자산과 교환됩니다.
- 그 과정에서 중간 주소나 계약 간에 추가적인 이동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원하는 자산이 사용자의 지갑으로 들어옵니다.
블록체인에는 여러 개의 거래 기록이 남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거래 관점에서는 하나의 자산 교환이 일어난 것입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에 기록된 토큰 이동 건수를
그대로 결제 건수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Token Transfer ≠ Payment
입니다.
블록체인은 ‘돈의 움직임’을 아주 세밀하게 기록합니다
이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블록체인의 특성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기존 금융에서는
고객이 보는 하나의 결제 뒤에서
여러 금융기관과 시스템이 움직여도
고객에게는 최종 결과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블록체인은 중간 과정의 자산 이동까지 원장에 남습니다.
이는 블록체인의 장점입니다.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통계 해석의 문제를 만듭니다.
블록체인에서 관찰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토큰의 이동’입니다.
그 이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별도로 해석해야 합니다.
누군가 물건을 사기 위해 지급한 것인지,
거래소 내부에서 자금을 옮긴 것인지,
다른 디지털자산을 매수하기 위한 중간 과정인지,
스마트컨트랙트나 유동성 풀 사이에서 이동한 것인지,
단순히 본인이 보유한 두 개의 지갑 사이에서 이동한 것인지에 따라
경제적 의미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움직였는가가 아니라, 왜 움직였는가입니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의 성과를
무엇으로 측정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앞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나 예금토큰을 평가할 때 특히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디지털머니가 출시된 뒤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발행액 1조 원
온체인 거래액 10조 원
거래 건수 1,000만 건
숫자만 보면 상당히 성공한 서비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합니다.
그 10조 원 중 실제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에 사용된 금액은 얼마였을까요?
개인 간 송금은 얼마나 있었을까요?
기업 간 대금결제에는 얼마나 사용됐을까요?
거래소나 DeFi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이동한 금액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동일한 자금이 여러 번 이동하면서 거래액을 크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온체인 거래액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경제적 사용이 많다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디지털머니의 성공지표(KPI)도 달라져야 합니다
기존의 지급결제 서비스에서는
가입자 수, 결제 건수, 결제금액 같은 지표를 주로 봅니다.
디지털머니에서도 이런 지표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적어도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경제적 목적(Economic Purpose)입니다.
토큰이 왜 이동했는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품 결제인지, 송금인지, 자산 거래인지, 정산인지에 따라
같은 1억 원의 이동이라도 의미는 다릅니다.
둘째는 실제 사용(Real Usage)입니다.
한 번의 이벤트로 대량의 토큰이 움직였는지보다,
실제 사용자와 가맹점·기업 사이에서
반복적인 경제활동이 만들어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셋째는 문제 해결(Problem Solved)입니다.
기존 금융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래를 단순히 블록체인으로 옮겼는지,
아니면 기존 금융에서 비용·시간·접근성 때문에
어려웠던 문제를 실제로 줄였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는
“얼마나 많은 토큰이 움직였는가?” 에서
“누가 누구에게, 왜 돈을 보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이 나아졌는가?”
로 바뀌어야 합니다.
숫자가 많아지는 것보다 경제적 의미가 중요합니다
블록체인은 기존 금융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아졌다고 해서
현실을 자동으로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무엇을 측정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더 큰 숫자가 더 큰 착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예금토큰과 같은 디지털머니가
실제 시장에 등장하면 발행량과 거래량을 두고 많은 비교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순위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발행액이 가장 큰 디지털머니가 반드시 가장 유용한 디지털머니인 것도 아니고,
토큰 이동량이 가장 많은 네트워크가
반드시 가장 많은 결제를 처리한 네트워크인 것도 아닙니다.
토큰의 이동과 경제적 거래를 구분해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디지털머니가 실제 금융과 경제활동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어떤 경제적 행위가 있었는가입니다.
by Louis Kim, with Ari
참고한 자료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The anatomy of stablecoin transactions
BIS Working Papers No 1359, June 2026
Fabian Schär, Anneke Kosse, Tara Rice, Takeshi Shirakami, Jirapat Siridhasanakul
원문 보기 · PDF 다운로드
이 글은 BIS 보고서가 제시한 stablecoin transfer와 transaction의 구분을 바탕으로, 디지털머니의 성과를 단순 온체인 거래량이 아닌 경제적 목적과 실제 사용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관점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