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Morgan Kinexys: 블록체인은 비용절감이 아니라 비즈니스 인프라입니다

블록체인은 반드시 기존 결제보다 저렴해야 할까요? J.P. Morgan Kinexys 사례를 통해 기업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속도, 유동성, 가시성과 운영의 확실성에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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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새로운 기술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운영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인프라에 비용을 지불합니다.


블록체인을 금융에 왜 써야 하느냐고 물으면 흔히 비슷한 답이 나옵니다.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중개기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이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선택할 때도
가장 중요한 기준이 정말 ‘수수료가 얼마나 싼가’일까요?

J.P. Morgan의 블록체인 사업인 Kinexys를 보면
조금 다른 답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Kinexys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점은
블록체인을 단순한 비용절감 기술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기업의 돈을

더 빨리 움직이고,
더 잘 보이게 하고,
더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게 만드는 금융 인프라

에 가깝게 접근합니다.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몇 bp의 수수료만이 아닙니다


국제결제를 이용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송금수수료가 몇 달러인지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자금 담당자가 매일 마주하는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지금 송금이 완료됐는가?
돈은 어디에 있는가?
언제 상대방에게 도착하는가?
오늘 안에 결제가 확정되는가?

그리고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결제를 위해 얼마의 돈을 미리 대기시켜 놓아야 하는가?

기업 입장에서 돈이 하루 더 묶여 있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닙니다.

그 돈을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급결제의 가치는
단순히 송금수수료를 줄이는 것만으로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시간, 유동성, 가시성과 확실성도 모두 비용입니다.


Kinexys는
송금 서비스보다 Settlement Rail에 가깝습니다


Kinexys를 이해할 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히 기존 국제송금을
블록체인으로 바꾼 서비스라고 보면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금을 이동시키고 정산하는
새로운 Settlement Rail,
즉 결제·정산의 기반 인프라에 가깝습니다.

기존 국제결제에서는 여러 금융기관이 메시지와 자금을 순차적으로 주고받습니다.

각 기관의 시스템과 영업시간이 다르고,
중간 단계마다 확인과 정산이 필요합니다.

반면 참가자들이 동일한 네트워크에서 거래 상태를 공유할 수 있다면
구조가 달라집니다.

정보를 확인하고,
자금을 이동시키고,
조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보다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24/7에 가까운 운영과 Programmability가 결합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지급하거나,
일정 잔액을 넘으면 다른 계정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구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블록체인의 가치는 ‘송금 기술’보다
기업의 자금운영 방식을 바꾸는 인프라에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더 빠른 결제는 오히려 더 비쌀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생깁니다.

우리는 보통 기술이 발전하면 서비스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간 단계를 줄이면 송금비용도 싸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업금융에서는 반대의 가격 논리도 가능합니다.

토요일 밤에도 돈을 움직일 수 있고,
거래 결과를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한 순간에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기업은 단순히 ‘빠른 송금’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자금의 예측 가능성과 운영의 확실성을 사는 것입니다.

따라서 24/7과 near-real-time이라는 특성은 비용절감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Premium Service가 될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비즈니스 모델을

Cheaper 가 아니라

Faster · Visible · Certain

으로 바꿔서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진짜 가치는 Liquidity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제가 빨라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기업이 보유해야 하는 대기자금일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글로벌 자금관리에서는 결제가 필요할 상황에 대비해
여러 지역과 계좌에 미리 유동성을 배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시점을 더 정확하게 알고 자금을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면
미리 묶어두어야 하는 돈을 줄일 여지가 생깁니다.

기업 Treasury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100원의 송금비용을 80원으로 낮추는 것보다,

결제를 위해 며칠 동안 묶여 있던 100억 원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 훨씬 큰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이 Kinexys와 같은 인프라에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를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 기술을 통해

얼마나 적은 대기자금으로,
얼마나 빠르고 예측 가능하게,
글로벌 자금을 운영할 수 있는가

가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그렇다고 블록체인만 연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Kinexys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은
블록체인의 장점만은 아닙니다.

실제 기업금융에서 작동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Network입니다.

내가 24시간 자금을 보낼 수 있어도
거래 상대방이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다시 기존 금융망을 이용해야 합니다.

금융 네트워크의 가치는
결국 얼마나 많은 상대방과 연결되어 있는가에 영향을 받습니다.


둘째는 Liquidity입니다.

24시간 결제가 가능해도
자금을 항상 계정에 대기시켜야 한다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효율은 제한적입니다.

빠른 결제가 실제 대기자금 감소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셋째는 FX입니다.

24시간 Payment가 가능하다는 것과
24시간 FX가 가능하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경 간 자금관리에서는
필요한 통화를 원하는 시점에 교환하고 가격을 확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는 기업 내부 시스템과의 연결입니다.

기업은 블록체인을 사용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ERP, 회계, 무역서류, Treasury Management System과 같은
기존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Blockchain Rail만 빨라져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앞과 뒤에 있는 업무 프로세스까지 함께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 사례가 은행에 주는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금융기관에서 새로운 기술을 검토할 때 흔히 ROI부터 계산합니다.

기존 시스템보다 구축비가 얼마나 줄어드는가,
거래당 비용이 얼마나 낮아지는가,
인력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가를 봅니다.

필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Kinexys 사례는 다른 질문도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인프라를 이용하면 고객이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무엇을 할 수 있는가?

24시간 결제를 제공할 수 있는가.
기업의 대기 유동성을 줄일 수 있는가.
자금 상태를 더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가.
결제와 FX, 자산의 정산을 더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는가.
기업의 내부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런 새로운 운영 능력에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블록체인은 단순한 IT 비용절감 프로젝트에서 벗어납니다.

은행의 새로운 Transaction Banking 인프라가 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경쟁력은
블록체인에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Kinexys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술보다 사업의 정의에 있습니다.

고객에게 블록체인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이 가진 오래된 금융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돈이 필요한 순간에 움직이지 못하는 문제.
돈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기 어려운 문제.
결제를 위해 불필요한 유동성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문제.
여러 시스템 사이에서 사람이 거래를 확인하고 대사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기업에게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자산이나 블록체인 사업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도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고객의 어떤 금융 문제를 이전과 다르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에 가까워야 합니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유동성, 정산과 운영의 복잡성을 줄여주는 인프라에 비용을 지불합니다.

Kinexys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by Louis Kim, with Ari


참고한 자료

J.P. Morgan
Kinexys: Enterprise Bank-Led Blockchain Solutions

Kinexys by J.P. Morgan
원문 보기

J.P. Morgan이 Kinexys를 24/7/365의 programmable money movement, near-real-time settlement, tokenization 등을 제공하는 bank-led blockchain infrastructure로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 참고했습니다.
J.P. Morgan
Blockchain Deposit Accounts

Kinexys by J.P. Morgan
원문 보기

기업의 liquidity management, continuous funds access, near-instant settlement와 기존 기업 시스템 연계 관점의 설명을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