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거래소 관계는 제휴에서 자본·유동성 동맹으로 이동할까
은행과 거래소의 관계가 실명계좌 제휴를 넘어 자본과 유동성의 동맹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요? 거래소를 디지털자산의 유동성 접점으로 보고 은행이 확보해야 할 전략적 관계를 살펴봅니다.
실명계좌가 은행과 거래소를 연결하는 첫 번째 접점이었다면,
다음 경쟁은 디지털자산 유동성에 대한 접근권과 운영표준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관계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실명계좌 제휴’입니다.
은행은 원화 입출금을 위한 계좌 인프라를 제공하고,
거래소는 고객과 디지털자산 거래를 담당합니다.
은행 = 원화와 규제 인프라
거래소 = 고객과 디지털자산 유동성
이 구조에서는
어느 거래소가 어느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동향을 보면
이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융회사가 거래소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금융그룹이 거래소를 직접 인수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제휴를 넘어
자본까지 연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거래소는 단순한 매매 채널이 아닙니다
은행 입장에서 거래소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거래소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사고파는
Trading Venue만은 아닙니다.
고객이 들어오고,
법정화폐와 디지털자산이 전환되고,
Wallet을 통해 자산이 이동하며,
거래와 가격 발견이 일어나고,
다시 법정화폐로 돌아오는 곳입니다.
즉, 디지털자산 시장의
유동성이 모이는 접점(Liquidity Hub)입니다.
기존 금융에서는 고객의 돈이
주로 은행 계좌 안에 머물렀습니다.
은행은 그 예금을 기반으로
지급결제와 외환, 대출과 자금관리를 연결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자산 시장이 커지면
자금이 머무는 장소가 다양해집니다.
은행계좌에 있던 돈이 거래소로 이동하고,
거래소의 자산이 Wallet으로 이동하고,
Stablecoin이나 Tokenized Asset으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행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예금을 보유하는 것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고객의 자금이 어디로 이동하더라도
그 흐름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집니다.
은행과 거래소가 가진 것은 서로 다릅니다
두 기관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상당히 다릅니다.
은행은 Fiat Liquidity · Settlement · FX · Trust · Compliance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Digital Asset Liquidity · Customer Access · Wallet · Market Connectivity 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기관의 결합을 단순히
‘은행이 거래소에 계좌를 제공하는 관계’로만 보면
앞으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구조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Financial Infrastructure
+ On-chain Access
두 인프라가 연결되는 순간
은행과 거래소의 관계는 계좌 제휴를 넘어
법정화폐와 디지털자산 유동성을 연결하는 관계가 됩니다.
그렇다면 왜 ‘지분’까지 필요할까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협업은 계약이나 MOU로도 할 수 있는데,
왜 금융회사가 거래소 지분까지 확보하려 할까요?
지분에는 단순한 투자 이상의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관계의 지속성(Strategic Continuity)입니다.
계좌 제휴나 개별 사업협력은
계약 조건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반면 자본관계가 형성되면
양사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보다 장기적으로 맞출 수 있습니다.
둘째는 의사결정 접점(Decision Rights)입니다.
디지털자산 사업이 확대되면
시스템 연계, 데이터 기준, 고객 정책, 사고 대응과
새로운 사업의 우선순위를 계속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단순한 공급자-고객 관계보다
더 깊은 거버넌스가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는 공동 인프라 투자입니다.
Wallet, Custody, Stablecoin, 기관용 Brokerage, Settlement와 같은 영역은
일회성 API 연결로 끝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여러 해에 걸쳐 시스템과 운영체계를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자본관계는 이러한 장기 투자를
지속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분이 있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Ownership과 Control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거래소의 운영을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지분이 커질수록
평판·규제·이해상충 리스크는 함께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은행의 관점에서는 더 복잡합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단순 투자자입니다.” 라고 말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본관계를 검토할 때는
지분율 자체보다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누가 결정하는가?
누가 운영하는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가?
지분은 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일 수 있지만,
책임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지분관계는
오히려 새로운 위험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진짜 동맹은 자본보다 유동성에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은행과 거래소의 다음 관계를
단순한 ‘Capital Alliance’보다
Capital & Liquidity Alliance로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유동성은 거래소의 거래량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은행의 원화 유동성,
거래소의 디지털자산 유동성,
외환과 Stablecoin 전환,
법인 고객의 Treasury,
입출금과 Settlement,
Custody와 Wallet까지 함께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즉,
Capital 관계를 장기화하고
Liquidity 실제 자금 흐름을 연결하며
Operating Standards 그 흐름을 안전하게 통제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결합돼야
전략적 동맹에 가까워집니다.
기관시장이 커지면 거래소를 보는 기준도 달라집니다
리테일 시장에서 거래소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는
거래량과 유동성입니다.
고객이 많고 거래가 많을수록
더 좋은 가격과 거래 경험을 제공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인과 기관이 시장에 들어오면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관은 거래량만 보지 않습니다.
재무적으로 안정적인지,
주주구조는 어떤지,
내부통제가 작동하는지,
고객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지,
기존 금융 인프라와 안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기존에는
리테일 유동성(Retail Liquidity)이 거래소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기관 대응력(Institutional Readiness)도 함께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거래소 입장에서도
은행과 금융그룹의 자본·인프라·통제 역량과 연결되는 것이
기관시장 진입의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1거래소-1은행’도 영원한 구조는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특정 거래소와 특정 은행의 실명계좌 제휴가
강하게 연결돼 있었습니다.
이 구조는 AML과 고객관리, 운영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도와 시장이 변화한다면
은행과 거래소의 관계를 구성하는 단위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어느 은행이 계좌를 제공하는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어느 은행이 거래소 운영에 필요한 기능을 얼마나 잘 제공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인 고객에서는
KYB·UBO 확인, 대량 자금 정산, Treasury와 FX, Custody,
On-chain AML, Wallet Infrastructure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래소가 하나의 은행에
모든 기능을 의존하기보다,
필요한 기능에 따라 금융기관과의 관계를
다르게 구성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은행의 경쟁력 역시
‘실명계좌를 가지고 있는가’에서
‘어떤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행은 거래소 지분을 사야 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모든 은행이 거래소를 보유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지분 투자가 항상 가장 좋은 협력방식인 것도 아닙니다.
계약, 전략적 제휴, 공동 사업, 기술 연결, 소수 지분 투자, 경영권 인수까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 방식보다
무엇을 확보하려는가입니다.
은행이 실제로 필요한 것은
거래소라는 회사 그 자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디지털자산 유동성에 대한 안정적인 접근권'
그리고 '그 흐름을 금융기관의 기준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래소 전략을 검토할 때는
“어느 거래소를 살 것인가”보다 먼저
어느 유동성 접점에 연결되어야 하는가
어떤 기능을 내부에 가져야 하는가
어디까지 운영에 관여해야 하는가 를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휴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은행과 거래소의 관계는 앞으로 다음과 같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원화 입출금
Settlement · Treasury
운영표준 · 거버넌스
하지만 마지막 단계가
반드시 모든 은행의 목적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지분의 크기가 아니라
관계의 깊이와 전략적 목적입니다.
디지털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 안으로 들어올수록
은행과 거래소의 경계는 지금보다 복잡해질 것입니다.
거래소는 금융기관의 기능을 일부 필요로 하고,
은행은 거래소가 가진 고객·기술·유동성에 접근하려 할 것입니다.
결국 다음 경쟁은
은행이 거래소를 ‘보유하느냐’보다,
법정화폐와 디지털자산 사이의 유동성 흐름을
누가 가장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
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by Louis Kim, with Ari
참고한 자료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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